“중세철학에서의 무한”이라는 문제는 수학과 역사와 철학이 만나는 희귀한 지점에 위치한다. 다양한 학문분야 사이의 활발한 상호작용 속에서 지극히 복잡한 양상을 보인 무한에 관한 중세의 논의를 이해하기 위해 조감도가 필요하고, 필자는 이 글에서 머독과 질라의 논의를 요약하여 보고함으로써 그러한 조감도를 독자들에게 제시하고자 하였다. 머독은 중세 스콜라철학자들이 새로 도입한 요소로 다섯 가지 측면을 꼽았는데, 여기서는 그것들을 동등하지 않은 무한들의 역설 문제와 연속체의 무한 분할 가능성의 문제의 두 부류로 나누어 논의하였다. 특히 이 두 부류의 무한의 문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감당한 하클레이의 헨리쿠스와 그의 비판자 알른윅의 윌리엄이 논의의 초점을 이룬다. 마지막으로 이 글은 불가분주의를 논박하는 데 중세 지칭론이 원용된 사례와 둔스 스코투스가 천사의 운동을 논의한 맥락에서 사용한 두 가지 기하학적 논변들에 주의를 환기함으로써 무한에 관한 중세의 논의가 심지어 현대 수학자의 관심을 끌만 한 요소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