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의 시장규율 효과에 대한 실증연구

Abstract

본 연구에서 국내 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권의 가격 및 스프레드 분석을 통하여 국내 금융산업에 대한 시장규율 효과가 존재하는지를 살펴보았으며, 이를 토대로 해외에서 논의되고 있는 후순위채권 강제발행방안이 당초 의도한 목표대로 국내 금융시장의 시장규율 기능을 강화시킬 수 있는지를 검토하였다. 우선 후순위채권의 가치평가는 Black and Cox 모형(1976)을 적용하였다. 각 은행의 감사보고서를 참고하여 선순위채권의 금액을 예수금, 차입금 및 사채의 합계로 간주하였으며, 선순위채권과 후순위채권의 만기를 일치시키기 위하여 후순위채권의 액면금액을 선도이자율을 활용하여 선순위채권의 만기까지 할인, 조정하였다. Black and Cox 모형을 적용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인 기업가치와 기업가치의 변동성은 동 모형을 통해 추정하였다. 분석 결과, Merton 모형(1974)의 일반적인 결과와 마찬가지로 Black and Cox 모형 역시 신용스프레드를 다소 과소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가격 오차는 크지 않은 것으로 연구되었다. 후순위채권 발행당시의 시가와 모형을 통한 이론가격을 비교하였을 때, 5년 만기의 채권에선 평균 0.26%, 7년 만기에선 평균 0.37%, 그리고 10년 만기에선 평균 0.44% 과소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후순위채권 신용스프레드에 대한 회귀분석을 통해 스프레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살펴보았다. 신용스프레드에 대한 설명변수를 기업 고유의 리스크변수와 시장변수로 구분하여 스프레드에 대한 상대적 중요성을 검증하였다. 분석 결과, 기업 고유의 리스크변수만으로는 후순위채권 스프레드 수준(level)에 대한 설명력이 거의 없었으며, 시장변수와 함께 회귀분석한 결과 역시 기업 고유 리스크변수의 설명력은 낮은 반면, 시장변수인 산업활동지수, KOSPI 200 수익률 및 국채수익률 곡선의 기울기는 1%의 유의수준에서 신용스프레드와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후순위채권 신용스프레드의 수준은 기업 고유의 리스크변수보다는 시장변수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실증분석 결과는 국내 금융시장의 시장규율 기능이 미흡한 수준임을 암시하고 있다. 즉, 기업 고유의 리스크가 후순위채권의 신용스프레드에 적절히 반영되고 있지 못하며, 이는 시장에서 기업 고유의 리스크를 적절히 평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국내 금융산업에 있어서 후순위채권을 통한 시장규율은 아직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된다. 본 연구결과를 토대로 해외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후순위채권 강제발행방안의 국내시장 적용가능성을 고려하여 볼 때, 동 제도가 당초 의도한 취지대로 국내 금융산업의 시장규율 기능을 강화시킬 수 있는지는 다소 의문시된다. 후순위채권 스프레드를 이용한 시장규율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암묵적인 보증에 대한 믿음을 갖기 보다는 개별 기업의 리스크를 보다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가격에 반영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후순위채권 발행을 통한 시장규율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모든 은행이 후순위채권을 일정규모 이상 지속적으로 발행해야 할 것이며, 이와 더불어 후순위채권에 대한 유통시장의 조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