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위기”, “이공계의 위기”, “기초과학의 위기” 등이 널리 논의되는 와중에서 최근 현대 학문체계에 관한 근본적 반성을 촉구하는 동료 철학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의 철학자들은 학문 체계 또는 학문 분류 문제를 도서관의 사서들이나 과학정책의 실무자들에게 더 잘 어울리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필자는 이 글에서 현대 학문 체계에서 철학의 위치를 물음으로써 철학자들에게 다시 한 번 이 문제에 주의를 환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제 2절에서 퍼스의 학문분류표를 조감하고, 제 3절에서 프리드만의 논의에 기반하여 과학과 철학의 관계에 관한 여러 가지 모델들을 살펴보며, 제 4절에서는 그런 논의들로부터 얻어진 교훈들을 반추해보고자 한다.